횡령이란 범죄에 관한 단상

횡령 또는 배임이란 것이 뭔지 단어조차도 모르던 어린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런걸 학교에서 가르쳐주진 않았으니까요.
가끔 뉴스에 나오기는 하는데 하여튼 기업인들이 저지르는 뭔가 나쁜 범죄이구나
하는 정도밖에 솔직히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더 나이를 먹으면서 횡령이라는게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횡령은 회사의 돈을 빼돌리는 행위,
배임은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회사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라는걸 알았습니다.
당연히 내거가 아닌 돈을 빼돌렸다면 그건 중대한 범죄지요.
횡령이란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그냥 도둑질 아닙니까?
근데 이해가 안가는건 회사 사장이 해도 횡령은 범죄였다는겁니다.
저는 그때만 해도 회사라는게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회사의 모든건 사장 소유인줄 알았습니다.
자기걸 자기가 맘대로 쓰는데 왜 범죄라는걸까?
그런 의문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지요.
나중에서야 주식회사에서 사장은 회사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며 심지어 창업자나 대주주들이라고 해도 회사의 일부분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걸 알았습니다.
사실 주식회사라는 회사의 형태에 대해서는 분명히 교과 과정에서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 같진 않아요.
재벌이 어떤 존재인지, 순환출자가 무엇인지 뭐 기타 등등 사회에 대해서 좀더 많은걸 배웠던 시절인거 같습니다.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훨씬 더 나중에 알게 되었을거에요. 요즘은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줄지도 모르겠지만...
그후로 횡령이란 범죄는 당연히 질이 나쁜 범죄이다.. 라고 상식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주식회사에선 말이죠.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하면 최근에 애한테 받은 질문을 설명해주다가 이걸 좀 다시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죠.
주식회사에서 사장은 그저 경영인일뿐 주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자기께 아닌 돈을 맘대로 쓰니 범죄다
이건 이해가 쉽게 갑니다.
근데 그럼 주식회사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1인 기업이나 사주가 지분 100%를 소유한 조그마한 사업체..
이런 회사에서 사주의 것과 법인의 것을 구지 엄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걸까요?
물론 구분을 합니다. 그리고 구분을 해야 합니다. 근데 왜 해야 하는걸까요?
그래서 횡령에 대해서 다시 검색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가봐요? 심지어 국영 사이트에도 설명 페이지가 있더라구요.
살펴보니까 두가지 경우가 문제가 되더군요.
첫째는 주주가 없더라도 채권자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겁니다.
예를 들면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돈을 빼돌린다면 그건 채권자에 대한 중대한 책임 위반이겠죠.
근데 이건 좀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경우인 것 같고..
그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세금 문제였습니다.
돈을 빼돌리면 이익이 줄어들고... 그건 내야하는 세금이 줄어든다는 뜻이죠.
즉 탈세입니다.
근데 웃긴건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횡령에 관해 왜 나쁜 범죄인가를 설명하는 글을 봤는데
탈세 관련된 부분은 쏙 빼놓고 채권자 문제만 언급하더라구요...
탈세니까 하면 안되요라고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딸려서 그랬나...
하여튼 주식회사에서의 횡령과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에서 사주의 횡령은 똑같은 범죄더라도 의미가 좀 많이 다른 셈이죠.
주식회사에서의 횡령이 도둑질이라면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에서의 횡령은 탈세입니다.
어느쪽이든 범죄인건 마찬가지겠지만 무게감은 좀 틀리지요.
별거 아닌거지만 좀 늦게 깨달아서 몇글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