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거진 20여년전, 아마 2004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중국제 지팡이 의자라는 것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위에처럼 생긴 물건이었죠. 아마 6천원 정도 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료배송 조건을 맞추느라고 가끔 싸구려 물건을 마구 사보곤 하는데 이번도 그런 경우였죠...
별 기대 안하고 저렴하게 샀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편리한 물건이었습니다.
접으면 지팡이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간단하게 펼치면 의자가 되었죠.
이런 기적의 물건이 고작 6천원밖에 안한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중국제 물건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저렴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제가 지하철로 출퇴근을 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쓸데가 많지 않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들고 다녔습니다.
잠깐이라도 서서 기다려야 할 때가 생기면 펼쳐서 자랑스럽게 거기에 앉았죠.
다른 사람들이 멀뚱하니 서있을때 혼자 개인석에 앉아있다는건 쾌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싸구려 중국제에는 역시 결함이 있었습니다.
3개의 축이 교차하는 가운데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반이 있습니다.
이 원반과 철봉이 철심으로 고정되어 붙어있어서 움직입니다.
척 봐도 이 원반이 부실해서 망가질 것 같더라니..
결국 제 몸무게를 못견디고 철심이 부러져버렸습니다.
아님 원반이 깨졌던가? 뭐 어쨌든간에 그부분이 고장났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아이디어 제품인데 부실한 만듬새때문에 오래 쓸 수가 없구나...
좀 제대로 만들어져서 튼튼하게 오래쓸 수 있는 물건이 나왔으면 했습니다.
기왕 나오는 김에 몇가지 아쉬운 점도 보강해서...
그후 지팡이 의자에 대한 기억은 20년을 건너뜁니다.
아이들과 롯데월드에 놀러가기로 한 어느날, 저는 제 무릎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내가 이 하드한 스케쥴과 어마어마한 도보 이동 거리를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러다가 우연히 과거의 추억에 기억이 연결되었습니다.
그래 지팡이 의자! 그걸 가지고 가서 줄서있을때 앉아있자!
그러면 버틸 수 있을거야...
그래서 지팡이 의자 구매를 위한 서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20년전에 구매했었던 저 기적의 지팡이가 더이상 안파는 것이었습니다.
저것의 마이너한 열화판같은 물건들만 잔뜩 팔고 있고..
너무나 훌륭한 사용감을 선사해주었던 저 지팡이는 왜 시장에서 사라진걸까?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파는게 죄다 이런 식입니다.
물론 좀더 튼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건 접어도 부피가 너무 크잖습니까.
그래도 아직 노인이라고 불릴 나이는 아닌데 저걸 쪽팔려서 어떻게 들고 다니겠습니까..
(사실 맨위의 물건을 들고 다닐때도 그거 안쪽팔리냐고 주변 사람들이 수근거리긴 했었죠.)
저것 외에도 몇가지 다른 방식으로 생긴 물건들이 있었습니다만..
하나같이 실용성이 심각하게 부족해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단, 딱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있긴 했습니다만 너무 비쌌습니다.
이 물건은 접었을때의 부피가 컴팩트해서 지팡이처럼 사용하는게 가능해보였지만 너무 비쌌습니다. 최저가로 검색해봐도 23만원 정도는 줘야할 것 같더군요.
지팡이가 아닌 형태의 휴대용 의자들도 있기는 했습니다.
그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1회용으로 쓸 물건... 너무 돈들이긴 그렇고 심사숙고끝에 사진의 물건을 사봤습니다.
잘하면 펼쳐놓은 채로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
접었을때 부피도 상당히 작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만.. 뒤지고 뒤져서 6900원에 무료배송으로 구입했습니다.
배송이 와서 써봤는데... 아뿔싸...
일단 접었을때 부피가... 그리 크진 않지만 너무 두껍습니다.
손으로 잡는게 너무 힘드네요.. 아귀힘이 필요합니다.
무게도 엄청납니다. 좀더 가벼운 재질로 만들었다면 어떨까 싶은데..
올 플라스틱이라 부피도 무게도 생각 이상이군요. 등산용 지팡이같은거 생각했더만...
그리고 좌악 펼쳤을때의 길이도... 지팡이로 쓰기엔 아슬아슬하게 모자랍니다.
한 10cm 정도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을...
무조건 들고 다녀야 하고.. 너무 두껍고 무겁더군요...
엉덩이에 받쳐서 앉아있는 느낌은.. 딱 상상한 그 정도입니다.
그리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리가 조금은 편해지는 느낌...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20년전에 내가 구입했던 저 삼발이 천의자 방식의 의자 지팡이는 대체 어디간거지?
저것만큼 편리하고 좋은 방식이 없는데 왜 가장 좋은 방식이 사라진 것일까?
그래서 검색의 범위를 넓혀서 해외로 가봤습니다.
그랬더니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더군요...
근데 가격이 좀 터무니 없는걸 보아하니... 특허가 걸린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기사 2004년의 중국이 특허를 신경써서 물건을 만들진 않았겠지요.
근데.. 특허가 걸려서 비싸다고 보기엔... 또 너무 허접한 만듬새와 부실한 판매처...
이게 특허로 독점 생산하는거라면 비싼 가격에 어울리게 팔텐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전혀 다른 두가지 제품을 발견하기도 했고...
대체 어찌 된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왜 국내 수입은 전혀 안되는건지도...
하여튼 아쉬울 따름입니다....
요즘에 나오는 캠핑의자도 가볍고 슬림하던데요...
지팡이는 구지 의자 형태로 바꾸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몸을 지지해주기 때문에 꽤 편합니다. 그리고 들고 다닐 때의 부담도 매우 적습니다. 특히 가만히 서있을때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는게 중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