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개천 위에 지어 가지고 재건축도 못 하고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명 다하면 없어지는 거야. 터를 잘못 잡았어. 그것도 나랑 같아."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 동훈의 말처럼 50년 서울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서소문아파트가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215번지 서소문아파트. 영화 '멋진하루', 드라마 '나의아저씨'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아파트의 독특한 구조에 매료된 건축과 학생들, 사진기자 등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50년 역사를 간직한 이곳의 기억을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경찰청 뒤편을 고밀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도심 공공복합사업 후보지로 서소문아파트를 포함한 미근동 일대를 선정하면서 아파트는 철거되고 진입도로나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재개발 소식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서소문아파트를 포함해 인근 주택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서소문아파트의 크기는 대부분 39~40㎡이며 임대료는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50만 원 혹은 전세 1억3000만 원이다. 서울에서 손꼽히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곳이 철거되면 임차인들은 당장 갈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최근까지 서소문아파트 매물이 2억 원에서 2억 원 초반 사이로 올라왔는데 이제는 4억, 5억을 줘도 판다는 사람이 없다"며 "지금 임대료로는 아파트는 어렵고 신림 부근 원룸을 알아보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