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시 옛날 고대시절 추억 얘기라서 죄송합니다.
제가 어렸을때 컴퓨터는 무척 비싼 물건이었고 그래서 가성비를 추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부품 중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는 물건이 많지 않았죠.
고작해야 CPU와 VGA 그래픽 카드 정도...
그 CPU도 사실 클럭=성능이라서 필요한 성능 만큼 가격을 지불하고 사는 셈이니 이것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유일하게 선택이 가능한 옵션은 VGA 카드였죠.
이것도 거의 양자택일이었습니다. 최저가의 트라이덴트냐 아니면 그보다 비싼 물건이냐.
그보다 비싼 물건은 ET4000, 또는 그외의 것들이었습니다.
CPU는 클럭을 통해서 성능비교를 하기가 쉬운데 VGA 카드의 성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벤치마크라는게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비싸니까 좋겠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좋은걸까?
그걸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무조건 신포도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드디어 정말로 신포도라는게 증명이 되었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gDCCBYhvGWw&ab_channel=PCRetroTech
이 동영상은 놀랍게도 ISA와 VESA방식 그래픽 카드들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걸 수십년이 지나서야 보게될 줄이야...
더 놀라운건.. 성능차이가 없네요? 성능차이가 없어요?
트라이덴트와 ET4000 사이에 유의미한 성능차이가 없습니다?
더 놀라운건 그게 VESA 방식에서도 마찬가지라는겁니다.
ISA와 VESA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만 VESA 그래픽 카드들끼리는 차이가 없어요.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걸까요..?
근데 생각해보니 당연합니다.
그래픽 가속기(accelerator) 라는 개념은 윈도우가 충분히 보급된 다음부터 GUI를 가속하기 위해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즉 그 이전의 그래픽 카드들은 순수하게 메모리 copy를 통해서만 화면을 그려낼 수 있었던거지요. 그리고 비디오램에 메모리를 copy하는데 있어서 병목은 BUS 그 자체에서 발생합니다.
즉 ISA이건 VESA이건간에 버스에서 병목이 걸리니까 카드가 달라져도 속도가 일정할 수 밖에 없는거지요.
결과를 보고나니까 이해가 되는데... 그전에는 당연히 비싸니까 성능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성능이 똑같았다면.. 대체 왜 그리 비쌌을까요? 이해를 못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