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효람(1724-1805)이 쓴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를 보면 가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건륭(1735-1795)연간의 대학자로 '사고전서'의 책임 편집자였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전 베이징에서 있었던 일이다.
첫 번째는 기효람이 나소화(羅小華)먹을 살 때의 이야기인데, 나는 먹에 대해 잘 몰라서 이 상표가 얼마나 잘 나가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아주 유명한 상표였음에 분명하다. 이 먹은 겉보기에는 진품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진흙으로 구운 벽돌에 검은 물을 들인 가짜로, 기효람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두 번째는 양초를 산 이야기다. 기효람이 과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초를 몇 자루 사서 숙소에 돌아갔는데 아무리 해도 불이 붙지 않았다. 이상히 여겨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 진흙으로 모양을 만들고 겉에다 양기름을 바른 것이었다.
기효람의 사촌형님 만주가 하루는 저녁 늦게 오리구이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진흙으로 빚은 가짜 오리였다. 살은 다 발라먹고 오리 머리, 목, 발과 뼈를 고스란히 남긴 다음 살점 부분을 진흙으로 메워 넣고 겉에 종이를 바른 것이었다. 그리고 구운 오리 색깔로 물들인 다음 다시 기름을 바르니 등불 아래에서는 얼마나 그럴듯해 보이는지 진짜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기효람의 하인 조평이 2000푼을 주고 가죽장화를 샀다. 잘 샀다고 기뻐하던 중, 어느 비 오는 날 가죽장화를 신고 나가더니 맨발로 돌아왔다. 알고 보니 장화의 목 부분을 기름 먹인 고려 종이로 만들고는 살짝 구겨놓아 가죽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밑창은 못 쓰는 솜을 풀로 붙인 후 그 위에 천을 감은 것이다.
유서깊은 중국의 짝퉁 역사.. 18세기 중국 소설 열미초당필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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