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 관해서 다양한 이론을 섭렵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들어보지 못한 이론도 없다.
그러나 그 이론을 때에 알맞게 적용하지도 못한다.
있으니만 못한 지식이 한가득이다.
주식투자 몇번 시도해보지도 못했지만 해보면 결국 진짜 중요한건 내 감정이다.
이론은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위대한 투자자가 아니다. 나는 실질적으로 개미 이하이다.
평범한 내가 주식 시장을 보면서 순간 순간 각 페이즈마다 느끼는 감정을 정리하고 그런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싶다.
감정을 컨트롤하지는 못하지만 그 감정을 지표로 삼고 싶다.
나를 객관적인 지표로 만들고 싶다.
내가 주식이 없을때, 그리고 주식시장이 죽을 쑤고 있을때 나는 안락함과 포근함을 느낀다.
왜냐면 나는 손해를 안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있으니까.
내가 주식이 없을때, 그리고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을때 나는 조급함을 느낀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급함을 다스린다.
내가 주식을 살때, 몇번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그건 확실하게 늦은 때이다.
조급함을 참고 참고 다스리며 기다렸으니 늦지 않았다면 이상한거다.
늦게 샀으니 사면 얼마 못오른다 물론 당장은 어느정도 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팔지 않는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장기 투자론을 펼친다.
왜냐면 팔기엔 별로 번게 없으니까. 주제에 욕심만 많으니까.
떨어지면 기다린다. 떨어지다 다시 올라 구매가를 회복할 때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빠져나와야할 마지막 찬스이지만
나는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면서 또 기다린다.
오를거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는거다.
결국 확실하게 차트가 망가지면 그때부턴 그저 못팔아서 조급한 망자가 된다.
팔고서 다른 기회를 엿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팔고서 다시 사서 오를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버틴다.
버티고 버티다가 어이없는 바닥에 판다.
얼마 안되는 푼돈이면 버티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그냥 버렸다고 생각하면서
그야말로 망가진 사이클이다.
사야할때 사지 못하고 팔아야할때 팔지 못하니 이 얼마나 병신짓인가.
물론 행동해야 하는 그 순간 내 행동이 옳다는 증거는 없다
그런 뚜렷한 시그널이 있어야만 행동을 하겠다는건 바보짓이겠지만...
내 생각이 옳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애초에 사이클이 이렇게 어긋나지는 않겠지.
그럼 어떻게 하는게 옳은 사이클일까?
내가 주식이 없을때 주식이 폭락하면 기회라고 생각해라
내가 주식이 없을때 주식이 오르면 빨리 사야한다고 생각해라
주식의 싸이클을 하락중, 하락직후, 하락후 횡보, 상승초기, 상승중, 상승후 횡보라고 할때
(상승 말기는 구분해낼 방법이 없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미래의 정보이다.)
주식을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은 상승초기 혹은 상승중이 상수이다.
그러나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하락직후 또는 하락후 횡보에 사서 기다려보는 방법을 쓸 수도 있는데 이것을 중수라고 할 수 있다.
하수는 상승후 횡보에 사는 것일꺼다. 충분히 올라서 상승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 오를지 안오를지 알 수가 없는 상태. 설사 오른다고 해도 많이 오르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타이밍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하수일텐데 나는 하수의 길만을 걸은 것 같구나.
상수와 중수가 어려운가? 하수를 고르지 않으면 이론상 적어도 중수이다. 중수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할리는 없겠지만 하수가 아니라는 것만 해도 좋지 않은가?
설사 하수의 길을 선택했다 한들 하수면 하수답게 작은 이익을 목표로 했다면 그 역시 실패만은 아닐텐데 하수의 길을 선택한 주제에 상수인 것처럼 장기 투자를 꿈꾸고 큰 이득을 꿈꾸니 실패하는건 당연지사로다.
주식에서 가장 무서운 감정중 하나로 FOMO를 말한다.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한다. 즉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지금 팔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 벌걸 놓칠 것 같고 더 많이 손해볼 것 같은 느낌. 나는 이 감정이 가장 위험하므로 무시해야 한다고 배워서 최대한 무시해왔다.
그러나 이 감정이 그렇게 근본적으로 문제인 감정인가? 사야할 때 사야한다고 느끼는데 나를 못사게 만든건 FOMO가 아니라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하지 않으면 중간은 간다. 주식을 사지 않으면 이득은 없지만 손해도 없다. 주식을 팔지 않으면 손해는 확정되지 않는다. 이런 감정들에게 나는 더욱 강하게 지배당해왔다. FOMO가 문제인 사람들은 도리어 너무 적극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반대의 성향이다. FOMO에 너무 휘둘리는 것도 문제는 맞다. 그 결과가 참담하니까. FOMO에 휘둘리면 큰 손해가 온다. 반대로 FOMO를 너무 무시하는 것도 문제다. 다만 그 결과가 고만고만하다. 이득을 못보거나 작은 손해를 보는 정도니까 일반적으로는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인 나에게는 그게 더 큰 문제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수의 길
내가 주식이 있을때 오르면 조금이라도 벌었다면 빨리 팔 생각을 해라.
확실하게 벌고 나서 나중을 생각해라.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라.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을 계획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계획으로 샀어야 한다.
오래 가질 계획이 없던 주식에 갑자기 오래 가질 계획이 생긴다면 그건 잘못된거다.
살때 팔 계획을 세워라.
그럼 지금 현재 나의 유일한 투자종목인 삼성전자의 단계는 어떨까?
삼성전자? 많이 떨어졌다. 패닉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했다.
49900원. 패닉 그 자체인 가격이라고 본다. 삼성전자가 돈이 없나 가오가 없나.
시장에서 저런 주가를 들이민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회사는 아니지 않은가.
믿고서 구매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약간 회복해서 5만 5천원. 삼성은 5만원에서 수비 의지를 보여주었고 삼성이 아직 완전 몰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에 5만 이하로 다시 떨어질 일은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그정도까지 가면 단기차익을 노리는 반발매수세가 급증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만 이하로 다시 떨어진다면... 그건 정말 위험하다는 얘기겠지. 떨어지면 산다고 해도 이 경우엔 떨어지면 사면 안된다가 정답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삼성이 그리 투자못할 종목인가? 물론 삼성의 악재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장기적으로 볼때 승승장구 쭉쭉상승까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망할 징조도 없다. 도리어 환율에 힘입어 담번에도 좋은 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패닉이 끝나면 주가는 실적이 말해주는거 아닐까.
나는 삼성을 사는게 두렵다. 온갖 악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악재는 밝혀졌고 주가는 떨어진채로 아직 회복하지 않았다. 악재와는 별도로 실적은 무난할 것이다. 그럼 사야하는거 아닐까?
현재 가격선인 55000원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약간의 도전이 될 것이다. 일단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떨어진다면...? 삼성의 지키겠다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밀린다면 그만큼 상황이 안좋다는 의미겠지... 설사 다시 한번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상승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실적 발표때 어느 정도의 수익 기회는 주지 않을까?
전체적인 다른 주식들은 어떨까? 미국의 잘나가는 대장주들이야 뭐 항상 잘나가니까 타이밍 잡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그 주식들은 그야말로 끝없이 올라가는 주식들이니까. 그 나름대로의 흐름 안에서 잠깐 주춤하는 것일뿐. 이 역시 못나갈때 사고 잘나갈때 팔아야겠지.
나는 평균 이하의 못난 투자자이다. 내 감정은, 그리고 그 감정에 영향받는 판단은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서워할 때는 나서야 할 때이고 욕심부릴 때는 빠져야 할 때이며 미련이 남을 때도 빠져야 할 때이다. 나는 내 감정과 반대로 행동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